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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수능에 출제되다  

입력 : 2022-11-25 01:03:20
수정 : 2022-11-26 15:09:43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수능에 출제되다

 

 

 

지난 11월 17일에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조선 후기의 대학자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를 다룬 문제가 출제되었다.

 

국어 영역의 ‘독서’ 부분에서 ‘주제통합’의 형식으로 제시된 지문에서는 6문제(4~9번)가 출제되었다. 그 중 8번 문제에서 <임원경제지>를 분석한 <보기> 지문을 제시했다. 이 문제만 배점이 3점이고, 나머지 5문제는 모두 2점이었다. <임원경제지>가 수능과 같이 많은 수험생이 치르는 국가공인 시험에서 이처럼 많은 정보가 제공되면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는 처음으로 보인다.

 

8번 문제는 “(가), (나)를 읽은 학생이 <보기>의 <임원경제지>에 대해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이었다. 지문의 (가)와 (나)는 각각 ‘유서(類書)의 특성과 의의’, ‘조선 후기 유서 편찬에서 서학(西學)의 수용 양상’을 주제로 삼고 있다. 유서라는 생소한 용어가 주제어로 제시되었는데, 이는 수능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지문에서 유서는 고금의 서적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항목별로 분류, 정리하여 이용에 편리하도록 편찬한 서적으로 정의했다. 유서는 현대에 보통 ‘백과사전’으로 번역하는 용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백과사전과는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 <보기>에서는 <임원경제지>를 “19세기까지의 조선과 중국 서적들에서 향촌 관련 부분을 발췌, 분류하고 고증한 유서”로 규정했다. 또 “향촌 사대부의 이상적인 삶을 제시”했고, 구체적으로는 “향촌 구성원 전체의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실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향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집성되었다.” 그리하여 <임원경제지>에 반영된 내용은 “주자학을 기반으로 실증과 실용의 자세를 견지했던 서유구의 입장, 서학 중국 원류설, 중국과 비교한 조선의 현실 등”이라고 했다. 저술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는 “안설을 부기했으며, 제한적으로 색인을 넣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안설(案說)은 저자 자신의 견해를 뜻한다.

 

이 8번 문제에서는 이수광의 <지봉유설>(17세기), 이익의 <성호사설>(18세기),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19세기)와 같은 유서와 <임원경제지>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를 독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측정했다.

 

<임원경제지> 역시 유서의 일종이다. 이 책을 20년째 한글로 옮기는 대역사를 진행하는 임원경제연구소에서는 이를 ‘조선의 브리태니커’로 규정하기도 한다. 조선에서는 17세기에 유서가 본격적으로 저술되기 시작했다. 그 이래로, 19세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가 실용성, 정보의 신뢰성, 편집의 체계성, 방대한 분량 등으로 볼 때 조선의 유서 학술사상 최 정점을 찍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2002년 임원경제연구소 정명현 소장이 대학원생이던 시절, DYB최선어학원 송오현 원장에게 <임원경제지> 번역 사업을 후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를 송 원장이 흔쾌히 수락함으로써 <임원경제지> 번역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거의 50% 이상이 출판되었다. 이 기간에 <임원경제지>와 관련된 연구도 상당히 증가했다. 이번 수능에서 <임원경제지> 관련 문제가 등장하기까지 이 같은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원경제지>는 풍석문화재단과 임원경제연구소에서 총 67권 중 33권을 출판했다.

 

파주시에서는 서유구 선생과 <임원경제지>를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 책 속의 지식을 현대인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임원경제연구소와 함께 추진했다. 2023년도에도 기존 프로그램은 물론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서, 파주학의 확대와 활용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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