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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 늪에 빠진 지산고, 학생은 없다.

입력 : 2017-01-12 16:32:00
수정 : 0000-00-00 00:00:00

 

‘진실공방’ 늪에 빠진 지산고, 학생은 없다.

 

여교사 성희롱 · 학생 감금 협박 · 방학 프로그램 부실 논란, 경기도교육청에 민원 20여건 



 

개교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지산고등학교(와동동 소재)가 교사 간 성희롱, 학생 인권침해 등으로 고소·고발이 오가는 진통을 격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경기도교육청은 1월 5일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각종 비위로 학교가 파행 운영,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학교 정상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민원 총 20여건을 접수하여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학부모회 “교권 앞세워 학생인권 유린”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 외에도 감사원에 고발 4건,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제소 8건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산고 학부모회는 1월 2일 경기도교육청사 앞에서 ‘감금·협박·교권 앞세워 학생인권 유린’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도교육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조속한 학교 정상화, 문제 교사 퇴출 등을 촉구하는 한편, 12월 26일부터 5일간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교사 성희롱, 교감이 무마 시도”

학부모회와 일부 교사들 주장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말 1박2일로 진행된 1학년부 교직원 연수 당시 한 부장교사가 20대 여성인 A교사를 성희롱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2016년에 신규 임용된 A교사는 당시 B 부장교사로 부터 “애교를 부리며 술을 따라봐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들었으며 연수 후 선배교사 2명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고 선배교사를 통해 교장과 교감에게 보고됐으나 교감은 오히려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며 무마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10월에 이르러서야 교장과 동료 교사의 요청으로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고 현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감사가 진행 중이다.


▲파주시 와동동에 위치한 지산고등학교 전경

 

“학생 감금하고 진술서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B부장교사가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진상 조사과정에서 학생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파문은 더욱 커졌다.

학부모회는 조사를 한 B부장교사 등이 특정교사 반 아이들을 체육교사실에 가두고 진술서를 쓸 것을 강요하거나, 퇴학시킨다거나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정이경 학부모회장은 “교사가 학생들을 선도하기는 커녕 교권을 앞세워 학생인권을 유린하고 학습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문제교사들은 교단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운영 반대 교사 쫓아내려는 음모다”

그러나 A부장교사는 이상의 주장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연수 중 술자리에서 신규 여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또 학생들에게 진술서 등을 강요한 적도 없다”며 “연수 중 술자리에 동석했던 교사들이 그런 사실이 없음을 확인해 준 확인서도 있다”고 반박했다.

A부장교사와 가까운 한 교사는 이에 덧붙여 “교장과 학부모, 일부 교사가 결탁해 여론몰이를 통해 교육청을 압박해 일방적 학교운영을 반대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고 쫓아내겠다는 게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방학 프로그램 부실운영 논란도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는 방학 프로그램 부실운영으로 학부모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운영비를 받아 ‘지란지교 방학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운영했는데, 총 12차시로 계획된 영어수업을 맡았던 교사가 개인사정으로 4차시까지만 운영하게 되자 1학년부장의 배우자(타 학교 교사)가 나머지 8차시를 부실하게 운영하다가 학부모들에게 적발된 것이었다. 이에 학교 측은 일부 강의를 재능기부로 돌리고 학생들이 낸 운영비는 환불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산고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학교정상화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피해는 결국 학생들의 몫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쪽은 결국 학생들이다. 이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C 학생은 “선생님들 중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아니냐?”며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과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탓에 학기 내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D 학생은 “선생님에게 성희롱이나 감금, 협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가 무서워졌다”면서도 “혹시라도 그 선생님이 결백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때는 어른들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민감한 나이의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가 얼마나 비교육적인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결국 이번 사태는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따라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마무리 단계인데,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뭐라 단정짓기 어렵다”며 “학교 정상화와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이달 중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교사와 교사 간의 무너진 신뢰 역시 쉽게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더 이상 연장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특별취재반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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