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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23> 우리는 무얼 보고 자랄까?

입력 : 2017-10-10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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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얼 보고 자랄까?

그리고 소년법 폐지에 대해

 

인천 초등생 살인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까지. 이 수위 높은 사건들의 주체는 모두 청소년이다.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사건들에 많은 집중이 쏟아지고 있다. ‘소년법을 폐지에서 시작해, 어쩐지 청소년 보호법도 폐지’, 심한 경우 사형제도 부활까지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 사회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도 피어난다. 무엇 때문에 십대 중반에 저렇게 잔악해졌으며, 저런 폭행은 어디서 흡수한 것일지. 그런 궁금증을 마주하다보니 나는 십대가 가장 쉽게 즐기는 콘텐츠들을 떠올리게 됐다. 앞서 말한 사건들과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십대가 검열 없이 접할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 중 가장 대표적인, 웹툰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십대들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웹툰산업 만화를 사랑하는 것은 어느 시대의 십대에게나 해당되는 것인지, 웹툰 산업은 십대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부분의 웹툰 플랫폼에서 주로 노리는 고객층은 십대들이다. 특히 대형 플랫폼의 경우 접근성이 좋아 십대들이 더욱 즐기기 좋다. <연애혁명>, <윈드브레이커>, <외모 지상주의> 등의 인기 웹툰은 모두 십대가 주인공인 십대를 겨냥한 웹툰이다.

십대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십대가 즐기기에 적절한 것일지에 대한 고민은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만화의 특성상, 어떤 사회적 문제도 쉽게 미화되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수두룩해도, 그 폭력의 악영향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웹툰의 배경인 학급에서 따돌림이 일어나도, 그 문제를 심도 있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인물이 간지나는 주연이 되기도 하고,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대체로 찐따’, ‘찌질이로 묘사된다.




<뷰티풀 군바리>전체 이용가’? <뷰티풀 군바리>의 경우 여자도 군복무가 필수인 사회를 그리며 여군들의 이야기를 담지만, 군대 내 폭력이나 성차별을 다루지 않는다. 그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이 군대에서 어떤 폭력을 당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이 웹툰의 주된 소재다.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성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고 등장인물들의 몸매가 의미 없이 부각됨에도 불구하고 이 웹툰은 전체이용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같은 플랫폼의 <외모 지상주의>는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당초의 의도에선 많이 벗어난 행보를 보인다. 역시나 여자들의 몸매가 끊임없이 대상화되고, 한 에피소드 당 두세 차례의 폭력사건이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적 시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폭력 행사자를 치켜세우거나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자극적인 이야기 생산은 게으른 태도

자극적인 이야기는 재미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재미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생산하는 것은 가장 게으른 태도다. 자극적인 이야기도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야기해야 할 다른 많은 소재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십대가 보고 자랄 것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드리는 말씀

소년법 폐지에 대해서

수많은 남성청소년들의 폭행과 살인사건은 화제가 되지 못하다, 여성청소년의 범죄가 등장하자 소년법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게 무척 우습다가도, 소년법 폐지 청원에 26만 명이 동참하고, 가해자들을 사형하라는 말까지 나오니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납니다.

결국은 여성청소년의 범죄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같은 범죄를 남성성인이 저질렀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까지 화제가 됐을까요? 폭행전과범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와중에 참도 화제가 됐겠습니다.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데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게 먼저고, 왜 청소년 범죄가 증가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 후에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도를 늘리자고 주장하시면 참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보고 자라는 것은 성인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입니다. 성인 범죄의 처벌이 솜방망이라서 청소년 흉악 범죄가 늘어나니, 성인 범죄 처벌 강도 먼저 늘리자는 주장 없이, 그저 소년법 폐지라니! 저는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청소년들이 악질적 행동을 할 때마다 수많은 의무를 지우고 아예 사형까지 시키고 싶으시다면 선거권을 비롯한 권리를 먼저 부여받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우리가 아직 선거권을 갖기에는 너무 미숙하고 어려 보이신다면, 입시 공부에 파묻히는 대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여행을 하고 싶네요.

 

조은현 파주에서틴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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