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25> 잘못엔 불편해지고, 사람엔 익숙해지기 영화 <방가?방가!> 감상 리…

입력 : 2017-11-01 17:21:00
수정 : 0000-00-00 00:00:00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잘못엔 불편해지고, 사람엔 익숙해지기

영화 <방가?방가!> 감상 리뷰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동네 금촌에는 무지하게 맛있는 인도음식점이 있다. 인도식 스튜에서부터 탄두리 치킨이며 난이며 짜이까지 나온다. 그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인도에서 온 현지인들인데, 말은 어눌하지만 무척 친절했다. 음식도 맛있고, 양도 적지 않고, 친절한 주인도 있고. 하지만 식당은 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었다. 가게 위치나 내가 방문한 시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괜히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며 그분들 생각이 났다. 서툰 한국어로 메뉴를 잘 모르는 내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던 분들이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영화 속 인물들처럼 불법체류자는 아닐 테지만, 외국인이라는 신분, 특히 완벽하지 않은 언어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은 분명했다.

 

요즘엔 외국인 연예인들이 많다. 인기도 얻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예능에 나오면 꼭 어눌한 발음이 개그소재가 된다. 예전에는 그저 귀엽고 재밌게 봤었다. 성인임에도 아이 같고, 애교스러워 보였다. 그런 개그가 문제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서툰 것은 당연한데, 그 서툶의 희화화나 어린아이 취급은 이방인에 대한 멸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서 어설픈 발음으로 놀림을 당한다면 당연히 분노할 텐데, 입장 바꿔보기가 이렇게 힘든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발음을 개그로 소비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마이클과 알리 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굳이 어색한 말투를 강조해야 했을까? 물론 욕설의 경우 후반부에 중요한 코드가 되는 부분이니 납득을 하지만, 종종 나오는 여기서 웃어!’하는 장면에 발음이 이용되니 편히 보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를 다루는 영화, 특히 이런 상업영화로 제작된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유일한 것 같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루어져야 할 이야기인데, <방가? 방가!> 이후 7년이 지나도 외국인노동자 영화가 없는 걸 보면 보는 내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죄책감과 불편함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이런 소재를 볼 때 느끼는 게 분명하다.

그 죄책감과 불편함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시하거나, 차별대우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지 않은 지역에 사는 나도 심심치 않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조용히 분노하지만,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부터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른다. 외국인 노동자, 그것도 불법체류 노동자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을까? 약자, 그러니까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영화의 마무리가 아쉬워서인지 영화에서 제기된 수많은 문제들이 내 머릿속에서도 채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가장 큰 교훈은 그 문제들을 포기하지 않고 차차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은 파주에서청소년 기자

 

 

#75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