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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아직 못 찾았어 미안해

입력 : 2016-05-13 13:08:00
수정 : 0000-00-00 00:00:00

아직 못 찾았어 미안해

 

25살이 된 나에게 2014년 4월16일, 그 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 엄마와 아빠 오빠의 손을 잡고 제주도로 이사 가기 위해 진도 항에서 ‘세 월 호’라는 배에 몸을 실었다. 나는 배를 처음 타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몹시 들떠있었다. 그 배에는 수학여행을 간다고 다 같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까르르 웃으며 게임과 수다를 떨고 있는 단원고의 언니 오빠들이 있었다. 어떤 언니는 내가 언니가 먹고 있는 사탕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까 귀엽다면서 사탕을 주었다. 엄마는 언니 오빠들을 방해하면 안 된다면서 내 손을 잡고 오빠와 아빠가 있는 객실로 들어갔다. 오빠랑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놀다가 맛있는 밥을 먹고 엄마의 품안에서 잠들었다.

 

‘쿵’소리가 나서 일어나보니 주변에는 오빠밖에 없었다. 오빠는 나를 꽉 안아주면서 엄마 아빠는 잠시 나갔으니까 안심하고 더 자라고만 말했다. 나는 어렸지만 오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끼고 가만히 오빠를 안아주었다. 10분 뒤에 엄마 아빠가 돌아오고 우리 가족은 서로 조용히 안고만 있었다. 그동안 여러 번 몸이 쏠렸다. 오빠와 언니들이 있는 방에서는 가끔가다 조그만 비명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 비명소리를 들으니 너무 불안해서 엄마 품에 들어가 예쁜 언니가 주었던 사탕을 먹고 있었다.

 

그 때 방송이 나왔다. 객실에 그대로 있으라고 밖에 나오지 말라고... 엄마 아빠와 오빠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나는 입기 싫다면서 고집을 부려서 결국 손에 들고만 있었다. 엄마 아빠는 심각한 얼굴로 무슨 대화를 주고받더니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실제로 밖으로 나와 보니 배는 너무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고 언니 오빠 몇 명은 난간에 매달려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아빠의 다리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밑에는 많은 구조하러 온 배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구조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엄마 아빠는 금방 올 테니까 잠시 여기 붙잡고 있으라고만 하고 다시 객실로 갔다.

 

나와 오빠는 손잡이를 붙잡고 버티고 있는데 내 손에 들고 있던 구명조끼가 떨어졌다. 그러자 오빠는 자기는 수영을 할 줄 안다면서 나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혀줬다. 그러고는 어떤 아저씨가 우리에게 이리로 내려오라고 하자 나부터 보냈다. 나는 오빠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잡고 있었는데 구조하러 온 아저씨가 위험하다고 우선 나부터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아저씨와 단원고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서 힘들게 탈출했다.

 

그 뒤에 엄마의 시신은 돌아왔지만 아빠 오빠의 소식은 없었다. 나는 울부짖으며 아빠 오빠의 이름을 연신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못 찾았어. 미안해’ 였다.

 

25살이 된 지금의 나는 아직 우리 가족이 실종상태라고,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을 찾기 위해 잠수복을 입고 오늘도 침몰된 배가 있는 바다에 뛰어든다.

 

 

 

글 현재희(고1, 미국유학)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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