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설] 속옷의 70%는 개성공단 제품, 우리 국민의 99.9%는 북맹

입력 : 2016-02-18 14:53:00
수정 : 0000-00-00 00:00:00

속옷의 70%는 개성공단 제품, 우리 국민의 99.9%는 북맹

공존을 위한 상호존중의 대화 필요

 

 카이스트 대학 미래전략대학원 김진향 교수는 작년에 말했다. “남북간의 적대적 대립 관계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유지되고 있는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나 그 기적은 이제 우리 앞에 없다. 남북이 같은 공간에서 작은 통일을 만들어가는 기적의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대화, 화합, 소통, 교류 등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을 없앤 것이다.

 

 금강산 관광산업이 중단된데 이어 개성공단이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됐다. ‘통일대박’을 외치던 정권에 의해, 힘겹게 지펴져온 통일의 불씨가 사라져가고 있다.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유입이 그 이유다. 핵개발 유입 근거 여부를 떠나 불시에 단행된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해 당혹감과 우려를 나타내는 국민들이 많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께 또 다른 근심거리가 주어졌다.

 

 ‘통일대박’은 남과 북 모두가 원하는 미래다. 단, ‘통일대박’의 실현은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평화’는 상호 존중과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남과 북의 적대적 긴장 관계와 대결 구도하에서 ‘통일대박’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의 결론에 따른 불확실성은 남과 북 모든 사람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호 전쟁의 위협으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는 한 집값이니, 승진이니, 취업이니 하는 문제는 아주 작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의미없는 것이 되기조차 한다.

 

 때문에 우리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반대하고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 내 삶의 평화를 근원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 남북의 극단적인 대결 구도를 극복하고, 평화와 공존을 찾는 모색을 해야 한다. 대의와 소의를 넘나들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함께 사는 공동체 지향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개성공단 사람들]이란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 속옷의 70%가 개성공단에서 나오죠. 우리가 입고 있는 의복의 30%는 개성공단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휴대폰 부품도 상당수가 개성공단에서 조립되고 있어요.”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도 개성공단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발 경제만큼은 정치와 결부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 물으면 대개 키워드가 핵, 미사일, 탈북, 개인숭배 등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컴맹이나 문맹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99.9%가 북한에 대해 거의 모르는 ‘북맹’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 업체와 5000여 곳의 협력업체, 12만여명의 노동자들의 피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파주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당장 개성공단 폐쇄로 관광객이 끊겨 민통선 통일촌 마을 주민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또한 파주에 들어설 계획이던 개성공단 물류기지 건설도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개성공단과 근접해 있는 파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남북접경 지역 파주, 통일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파주가 살 길은 남북의 평화공존과 개성공단의 정상화 뿐이다. 다가오는 4.13 총선은 이런 실천을 하는 선량을 뽑는 날이어야 한다.

 

 

 

#34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