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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엔 걸어서 가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1) 아파트숲에 ‘작은도서관’이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입력 : 2023-08-24 10:00:25
수정 : 2023-08-24 10:11:55

우리마을엔 걸어서 가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1)

 

우리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있다고요?”

아파트숲에 작은도서관이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에세이스트 이서희

 

올해 여름이 시작될 즈음,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마을강사 활동을 통해 동네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직장을 다니느라 동네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둘 수 없었는데 자연스레 인사도 하게 되고 함께 시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 우리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도서관이 있기는 한데 정작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원했던 도서관이 우리 아파트, 그것도 집 앞에 있다고? 있기는 해도 쓰지를 못한다고?’

아파트에 거주한 3년 동안 커뮤니티 시설 이용횟수가 5회 미만이었으니 할 말이 없다. 날을 잡고 주차장과 연결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둘러봤다. 도래공원과 연결되는 커뮤니티 시설 헬스장 맞은편에 버젓이 숲속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작은도서관 등록증이 걸려 있었다. 남녀독서실, 책장, 테이블과 의자까지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왜 이걸 이제야 안 거지? 그동안 직장 다니느라 바빴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었으니까.’

아파트에 살며 마주치는 누군가와 인사를 했어도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중요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 의결기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운정2동 산내마을 7단지 드림커뮤니티회원들

 

이제 퇴사도 했겠다, 아이를 양육하며 느낀 도서관이 내 집 앞에 있다면?!’ 이라는 설정을 현실적으로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해봤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지역에서 도서관은 자주 찾아갈 수 있는 할머니 집 같은 곳이었다. 궁금한 이야기가 있으면 책을 찾아봤고 버스 시간이 남았으면 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며 버스를 기다렸다. 대학생이 되어선 우리 동네 도서관뿐 아니라 옆 동네 도서관으로 원정을 나가 공부를 하기도 했다. 약속이 신도시 도서관 근처에서 있으면 공부를 하러 가기도 했으며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공간, 밥 먹으러 가기도 하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어느 순간부터 도서관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책이 있을 때 가게 되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직장에서 가져온 잔업을 하러 가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카페에 마음을 뺏겨 일하지 않아도 되는 구실을 찾곤 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며 이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아이에게 집에서 읽는 책과는 다른 책을 읽어주고 싶다’,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방문하는 횟수를 점차 늘려갔다. 과거의 도서관과 분위기가 달라져서 어린이 자료실은 아이들이 조금 소리를 내어도 크게 개의치 않아 했으며 시간대별로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시립도서관에서는 목요일에 어린이 책 읽어주기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여러 바쁜 일정으로 한번을 들리지 못했다.

우리 집 앞에 작은도서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교하도서관, 가람도서관, 해솔도서관, 한빛도서관 등 시립도서관이 몇 군데 있지만, 아이를 데리고 산책 삼아 걸어가기엔 거리가 멀다.

 

▲ 드림커뮤니티회원들이 아파트 내 카페테리아에서 진행한 북토크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학교와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는 어떤 이의 글을 읽으면서 매일은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에 발도장을 찍자!”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 적도 있다. 생각보다 그 결심이 지키기 어렵긴 하지만, 아파트 내에 작은도서관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보육교사로 11년 일했던 경험을 살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도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고 해서 아파트 주민들과 방문해보기도 했다. 우리 아파트 뿐 아니라 신도시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하나씩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옆 동네 도서관의 설립 과정과 진행 과정을 들으며 우리 집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 매트를 깔고 작은 모임부터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이 활활 불타올랐다.그렇게, 한번 두 번, 도서관 모임에 참여하며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아가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 이서희 님은 국공립 어린이집, LG디스플레이 직장어린이집 등에서 보육교사로 11년 간 일했다. <선생님도 육아는 처음이라서>라는 에세이를 출간하고, 운정2동 산내마을 7단지에서 공동주택 공동체 마을강사로 활동하면서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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