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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철책선 넘나드는 임진강변 농민들 육군1사단에 뿔났다

입력 : 2025-04-30 02:21:38
수정 : 2025-04-30 04:58:21

<특별기고> 철책선 넘나드는 임진강변 농민들 육군1사단에 뿔났다

5월이면 모내기하고 6월은 콩심어야 하는데, 아무런 협의없이 전진대교 통행금지

- 아이들 통학용 천원택시도 통제, 어르신 병원도 못가
- "모내기철 지나고 두 달쯤 뒤에 하든가"

 

♦ 출입통제 현수막 : 위에 차량 전면통제 현수막이 걸려있다. 통제 약 열흘전 이 현수막 한 장으로 차량 통제를 통고했다. 농민들과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 통제하루 전날까지 무게 50톤이상 대형 덤프트럭이 통제 전날까지 수백대가 드나들었다.(사진 파주농민회)

 

 

농사에는 다 때가 있어. 때를 놓치면 일년을 망쳐.”

고향마을로 와 텃밭농사를 할 때 동네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제때 씨뿌리고 제 때 거두지 않으면 한해 농사를 망치기에 하는 말이다.

땅에 기대서 사는 농민들은 전쟁 때도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했다. 열네 살 때 6.25가 터졌다는 파주 마정리 박호연씨는 전쟁 중에도 금촌 수용소에서 마정리까지 매일같이 걸어서 왔다갔다 했다.

여기 임진강변은 사람들 다 금촌 수용소에 살게 하고 못 오게 했어. 여기서 남북이 젤 심하게 싸웠거든. 그래도 금촌서 여기까지 매일 걸어왔어. 내 땅이 여기 있으니까 몰래 와서 농사 짓는 거지.”

농사꾼은 전쟁이 나도 모내기 때가 되면 모를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주의 모든 농민들은 4월 중순에 모판에 볍씨를 심었고 5월 들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6월 되면 콩을 심어야 한다. 벼와 콩은 파주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이다. 추수 때와 함께 1년중 제일 바쁜 때이기도 하다.

 

 

 

 

하필 이런 때 육군 보병 1사단(1사단)안전진단을 이유로 민간인통제구역 농지에 차량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1사단은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출입 검문소 세 곳 중 한 곳인 전진대교에 차량과 농기계를 지난 422일부터 630일까지 전면 출입금지 시켰다. 때문에 파주농민회를 비롯해 파주의 농민단체 전체가 51일 항의 기자회견하고 1사단과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1사단은 안전진단 때문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은 안전진단도 중요한 줄 아는데 하필 제일 바쁘고 일년농사를 결정짓는 지금하냐는 것이다. 농한기인 겨울에 뭐했고, 그때 놓쳤으면 농민들 한숨 돌리는 2달 뒤에만 해도 견디겠다고 한다. 민간인통제구역에 출입농민들과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었다. 전진대교 위에 현수막 한 장과 출입 농민 일부에게 보낸 문자 한 통이 전부였다.

 

 

♦통일대교앞 국밥집에 한 농부가 트랙터를 세워놓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삽날 상태로 볼 때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고온 모양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철원, 연천, 파주, 김포, 강화 등 서부DMZ 인근에는 민간인통제구역 철책선 안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있다. 이들을 민북농민이라고 부른다. 민북농민들은 해뜨는 시간에 검문소를 통과해 농지로 갈 수 있고 해지는 시간에는 검문소를 나와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민간인통제구역을 정한 이후 아무런 보상이나 지원도 없이 특별한 희생을 감수하며 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이 민북 농민들이다.

 

 

♦ 20229월말 추수를 앞두고 1사단의 강압적 검문에 민북농민들이 통일대교앞에서 릴레이 1인 기자회견을 하고 트랙터 서행시위를 하고 있다.

 

파주지역은 임진강 남단이 민간인통제구역의 경계선이다. 임진강과 한강하구가 북과 마주 보고 있어 하구가 열려있다. 그 덕에 밀물과 썰물이 있는데 문제는 물길을 타고 사람도 남북 모두를 오갈 수 있다.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 간첩감시하기 위해 한밤중에도 밀물이 들면 임진강 어부들을 동원해 노를 젓도록 했다.

임진강 때문에 파주 민북농민들은 통일대교, 전진대교, 리비교(일명 북진교) 세 곳의 다리로만 농사지으러 갈 수 있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검문소에서 군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트랙터, 이앙기 같은 농기계도 확인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바쁜 철에 출입을 막으니 농민들은 시간으로나 돈으로나 손해가 이만저만모내기 철이고, 콩심는 계절에 다리를 통제하는 것은 불편한 것은 물론 정신적 피해도 입고,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경제적 손실도 크다. 민북 농민들은 해뜨는 시간부터 들어가 해지기 전에 나와야 하기에 시간이 돈이다. 농업노동자 인솔도 많은때라 오가는데 시간이 걸릴수록 인건비도 늘어난다. 민북농민들은 문산은 물론 교하, 운정 심지어 고양에 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농기계를 끌거나 트럭을 몰고 해뜨는 시간에 검문소가 있는 다리 앞에 줄을 선다.

 

파평에서 민북지역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는 파주농민회 김상기 사무국장이 전진대교 출입통제로 농민들이 겪는 피해를 말했다.

 

통일대교까지 승용차로 시간을 재봤더니 전진교로 갈 때 15분 걸리던 곳이 40분 걸렸어요.농기계를 실은 트럭은 네 배 더 걸려요. 모내기때는 기계종류가 더 많으니까 혼잡하기도 하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해요. 통일대교는 원래 출입하는 차가 많은데 거기로 다 몰리면 더 혼잡해서 시간과 기름값이 더 많이 드는 거죠. 게다가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일당주고 모셔오는 농업노동자 인솔도 많은 때고. 23중 손해를 보는 거죠.”

 

 

♦ 민북지역의 한 농가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12일 모판에 볍씨심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5월 들면 못자리를 내고, 모내기를 한다.(사진 : 안소희 제공)

 

출입농민들은 열 명까지 농업노동자 인솔이 가능하다. 대개 인력업체에서 일당주고 사는 데 주로 중국에서 와 봄부터 가을까지 있으면서 농사일만 하는 전문 농부들이다. 인력업체는 농업노동자들을 년 초에 1사단에 일괄 신고를 하지만 그래도 그날그날 민북농민들이 인솔해야 출입가능하다.

 

사전에 1사단 실무책임자에 따르면 장단면사무소에서 해마루촌 이장하고만 사전협의를 했다고 한다. 해마루촌 주민들은 전진교로 출입하지만 집이 민통선안에 있고 농기계도 거기있으니 불편이 그닥 심해지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해마루촌에 사는 이재석씨와 통화를 해보니 해마루촌 주민의 불편도 장난이 아니었다.

 

일단 문산읍 같은 시내에 갈 때 거리가 멀어지죠. 다리마다 출입 규정은 왜 다른지 모르겠는데 통일대교는 출입이 까다롭고 출입 차량도 훨씬 많으니까 그것도 시간이 더 걸리는 건 기본이어요.”

민통선 안에는 점심만 하는 식당 네 곳이 있고 밤에는 가게도 없다. 정유소도, 은행도, 병원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최소 문산읍까진 나와야 해결 가능하기다. 이씨가 피해 상황을 이어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젤 심각한 게 우리 애가 학교를 가야잖아요. 아침엔 애들 학교 시간에 버스가 없어서 파주시에서 지원하는 천원 택시를 이용하는 중고생들이 여섯명이 있어요. 천원 택시는 9시부터 이용할 수 있는데 학생들만 아침 8시에 다리를 통과하도록 군과 협의가 돼 있어요. 근데 통일대교는 8시에 다리를 통과하면 애들이 늦어서 학교를 못가요. 부모들이 매일 학교까지 데리고 가야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농사일도 젤 바쁜철인데.”

 

이재석씨에 따르면 교통약자인 노인들의 불편은 더 심각했다. 버스가 몇 대 없으니 노인들도 천원 택시를 이용했는데 전진대교를 이용할 때는 들어올 사람이 다리 앞에서 주민한테 전화해 군인 바꿔주면 통과했다. 통일대교는 민통선안에 사는 주민이 이름, 차량번호 등 인솔 손님에 대한 신원정보를 미리 군에 알려줘야 한다. 그런데 노인들은 귀가 잘 안들리는 데다 행동도 느려서 택시기사 이름이나 차량번호를 받아 적지 못한다. 그 때문에 택시를 못불러 외출을 포기하기도 한다.

 

장단면에서 해마루촌 이장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장하고 협의하는 것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장들도 주민들 개개인이 부딪치는 어려움은 잘 몰라요. 그걸 주민들한테 충분히 파악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면에서는 그냥 이장하고 한두번 이야기하고 끝이예요. 그럼 개개인이 부딪치는 문제는 각자 알아서 민원제기를 하는데 해결까지 시간이 걸려요. 그렇게 하면서 이장 개인의 봉사로 문제 해결하는 것도 많아요. 이번에도 택배회사들이 통일대교로 오면 해마루촌까지 시간이 더 걸리니까 못오겠다고 한거예요. 그래서 통일촌 어디에 놓고, 이장이 주민들 개개인한테 배달하는 거얘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배달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 가령 식료품이 상했다거나 물건이 파손됐거나 하면 택배회사는 우린 잘 갖다놨다고 이장한테 미룰거고. 이장한테는 봉사하는건데 뭐라 할 수도 없죠.”

 

이씨도 안전진단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왜 하필 젤 바쁠 때 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안전진단을 해야한다는 걸 한참 전에 알았을텐데 애들 방학 때 하면되지 않냐고 한다. 겨울방학 때는 1년 중 농사도 젤 한가하고, 여름방학 때는 모내기 끝나고 한숨 돌리는 때다.

 

며칠 전 저녁 때 통일대교 코앞 국밥집에서 농사일 끝난 민북농민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 : 아 겨울에 뭐하고 인제 해. 늦었으면 모내기철 지나고 두 달쯤 뒤에 하든가. 모내기 못한 거 지들이 책임질 거야?

기자 : 그래도 사고는 언제날 지 모르는데 안전진단을 한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아요?

정씨 : 전쟁 났다고 밥 안 먹어요? 전쟁 나도 밥은 먹어야지.

 

말문이 막혔다. 전진교가 불안하다는 것은 군에서 지난해 초부터 알고 있었고 파평읍 이장들과 현장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이장들은 자신들이 본걸로 끝이고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작년부터 알았는데 겨울은 왜 그냥 넘겼는지 알수 없다. 또 출입통제 전날 밤까지 25톤 대형트럭에 흙을 잔뜩 실은 차들이 엄청 많이 드나들었다. 그렇게 불안한 상황인데 짐까지 실으면 50톤이 넘는 무게의 대형트럭들을 수년째 통과시켜 농민들로부터 출입시 정체, 미세먼지 등으로 원성이 자자많았고 파주시에 민원도 많았다. 그런 트력을 전날까지 그렇게 많이 통과시키고 농민들에게는 말한마디 없이 강압적으로 통제하니 더욱 화가난 것이다.

 

파주는 군사공화국이다. 군의 동의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때마다 파주 어디어디를 군사보호지역에서 해제했다고 자랑질하지만 창고하나도 군동의를 받아야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멸종위기종 1급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한 동물들과 농민들 이동에 문제가 된다며 제2순환도로를 교각으로 하라고 했더니 군에서 방호벽으로 쓴다고 흙쌓기로 해야만 동의해 주겠다고 했다.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대규모 준설사업은 1사단이 냉큼 동의해줬다. 농기계 없던 시절 만들어진 좁은 문의 방호벽 문을 넓혀 달라는 파주시의 요구는 묵살하고, 배추밭 한가운데서 유실 지뢰가 발견되자 출입금지 선만 쳐놓고 지뢰는 돈이 없다며 파주시한테 지뢰제거비를 몽땅 부담하라고 한적도 있다.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과 붙어있는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사업을 할 때는 군이 대전차방호용으로 거대한 시멘트 수로 설치를 요구해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치기도 했다.

아무리 DMZ인근 접경지역이라지만 군이 주민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여 민폐끼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사단장의 성향에 따라 방침이 달라지고, 내규나 관행은 70년 이상 토씨하나 변한 게 없다. 이제는 뜯어고쳐야 한다. 농민을 비롯한 주민이 피해를 보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젊은 군인들한테도 할 짓이 못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사단장은 콧빼기도 볼 수 없고 사병은 매일 눈에 보이니 농민들이 뿔나면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젊은 사병들이 힘들어진다는 걸 군의 윗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시민 노현기 

 

파주농민회 

5월 1일 10시 전진대교 앞에서 기자회견 예고 

육군 보병1사단(1사단)이 전진대교 차량 출입을 지난 422일부터 전면 통제하고 있어 바쁜 농번기에 농민들 불편이 이만저만한게 아닙니다. 이에 전농 파주농민회, 파주농민단체협의회(파주시농업경영인연합회, 파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 파주시쌀전업농연합회, 파주시품목별연구연합회, 파주시생활개선회연합회), 슬로푸드파주시연합회,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파평 평화마을 짓자 공동으로 항의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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