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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보다 수다 / 보라빛 황금 꽃, 뿌리는 약재

입력 : 2015-01-23 14:17:00
수정 : 0000-00-00 00:00:00

보라빛 황금 꽃, 뿌리는 약재



 





▲야생화 ‘황금’ <사진제공 : 네이버 지식검색>



 



 



다음은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에 나오는 글이다.



 



지금 우리 화단에 피어 있는 꽃 중에 가장 화려한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여기 황금이라는 풀이다. 마치 도널드 덕의 얼굴처럼 생긴 보랏빛 꽃이 두 줄로 차례로 피는데, 만개한 것도 볼 만하지만 아직 덜 핀 꽃망울을 들여다보는 게 더욱 아취가 있지. ‘화개반 주미취(花開半 酒微醉)’란 말 들어 보았는지?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보기 좋고 술은 약간 취했을 때가 기분이 좋다.”라는 뜻인데, 나는 황금꽃을 관찰하면서 이 한자말의 의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황금이란 제목만 보고는 한약재 이야기인가, 하면서 읽었는데 보라색 꽃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꽃그림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야생화 중에 황금이라는 꽃이 있나보다 생각했다. 작가의 말처럼 도널드 덕 같기도 하고 발을 들고 있는 강아지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내용을 끝까지 보니 처음 생각처럼 한약재로 쓰는 황금의 꽃이었다. 



한약재는 식물의 특정부위를 쓰는 경우가 많다. 뿌리만 약재로 쓰는 황금 같은 경우 줄기나 꽃의 생김새를 한의사는 볼 일이 없다. 뿌리그림이 있었다면 알아보았을 것이다. 황금 약재를 한약처방에 많이 사용하면서도 꽃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의사라고 해서 모든 식물을 보기만 하면 이름을 아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기 때문이다.



 



임산부에게 좋은 한약재



황금의 효능은 안태, 청열, 해독, 지혈 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황금 한 가지 약재가 이런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짝이 되는 약재를 만나 서로 효과를 내는 것이다.



황금은 백출(白朮), 진피(陳皮)와 배합하면 임신 초기 입덧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 당귀, 작약, 백출 등과 배합되어서는 당귀산(當歸散)이라 하여 태동이 불안할 때 쓰인다. 조산기가 있을 때도 쓴다. 이 두 가지 쓰임으로 임산부에게 좋은 약이구나 생각할 수 있다. 임산부에게도 좋지만 황달 치료의 보조약으로도 쓰인다. 그때는 인진호, 치자와 배합된다. 상백피, 지모와 만나면 폐열로 인한 기침에 쓰이는 청폐탕(淸肺湯)이 된다. 이렇게 적용범위가 넓으니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 약재 하나만을 먹어서 모든 병이 치료되는 경우는 없다.



 



이 글을 쓰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글을 읽는 독자 중 집에서 황금을 달여 드시는 분이 생길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이 있다.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약이니 부작용이 없을 거라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황금은 성질이 차다. 몸의 열을 끄는 효능이 있으므로 체질상 몸이 찬 사람은 복용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 물을 끓여 먹는 결명자는 약간 찬 성질이 있다. 황금은 결명자보다 100배쯤 찬 성질을 가진 약재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그 원류가 같다는 것이다. 음식 중 효능이 높은 것이 약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에 이르러서는 체질에 안 맞는 음식을 먹어 생기는 폐해와 약재를 오용해 생기는 부작용은 천지차이다. 몸이 찬 사람이 결명자를 장기복용해도 부작용이 있을 정도니 황금을 복용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황금은 꽃이 이쁘니 그저 화분에 한 그루쯤 심어 두고 눈으로 보아주기 바란다.



한의원에 오는 손님 중에는 집에서 달여 먹을 수 있는 한약재를 추천해 주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만큼 지면을 빌려 여러분에게 부작용이 적고 몸에는 좋은 약재를 많이 추천해 주고 싶다. 그러나 그전에 『야생초 편지』같은 베스트셀러를 읽고 혹해서 덥석 달여 먹지는 말아야 한다.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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