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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⑥ ‘우양의 집’ 이 희 숙(미리암) 시설장

입력 : 2015-01-12 13:27:00
수정 : 0000-00-00 00:00:00

 

“보이지 않는 손들이 모여 이곳을 이끌어요.”

 

하지석리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양지 바른 언덕 한켠에 위치한 ‘우양의 집’이 있다. 그곳에서 집안 창으로 스며드는 포근한 햇살만큼이나  환한 얼굴의 이희숙(미리암) 시설장님을 만났다. 시설장이라는 직함보다는 그냥 수녀님으로 불리길 바라는...

‘우양의 집’은 파주시나 카톨릭 교구의 지원 없이 이곳에 머무는 노인분들의 기초연금과 봉사자들의 후원과 봉사만으로 운영되는 요양원이다.

현재 할머니 여섯 분과 할아버지 세 분이  계시는데 모두 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분들이다. 요양등급을 받으면 요양급여가 지급되어 일반 요양원을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기초연금만 받게 되어 있어  현실적으론 그 돈만으로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은 드물다. 그런 분들의 보금자리가 바로 ‘우양의 집’이다.

시설이 크지 않고 아담해서일까? 집에 들어서는 것 마냥 아늑함이 느껴진다. 수녀님 네 분과 식사를 담당하는 조리사, 노인분 들의 건강을 돌보는 요양사, 이렇게 여섯 분이서 이곳을 꾸려 나가신단다. 

먼저 지원이 없고 부족한 인원으로 힘드시지 않냐고 물었다.

“지원이 있으면 있는 대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요. 적으면 적은 대로 꾸려 나가야죠. 그래도 꾸준히 봉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괜찮아요.” 수줍게 웃으면서 말씀 하신다.

지역의 기업체들이 도와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달 한 번씩 식사봉사를 해주시는 분들, 노인분들 나들이 날이면 꼬박꼬박 국수를 대접해 주시는 시내 국수집 아줌마, 농사를 지었다며 쌀자루를 내려놓고 가시는 분들까지 ‘우양의 집’에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 자랑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분들이 있어 이곳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당신은 기삿거리도 아니니 그분들 꼭 소개해 달라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괜찮다고는 하시지만 집 곳곳이 일거리고 열 명 가까운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을 보살펴야 하는 일의 무게는 만만찮아 보였다.

그래서 물었다. “봉사하고 있는 분들이나 오실 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없으세요?”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그분들 귀한 시간 내어주시는 거니까요. 그런데 다들 스케줄이 거기서 거기라 셋째, 넷째 주말에 사람들 손이 몰리는 게 좀 아쉬워요. 그래서 가끔 “평일에 가도 되요?” 라고 전화로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명이든 두명이든 상관없으니 오라고 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놀아만 줘도 그게 어딘데요. 노인들 병의 반 이상은 외로움에서 오는 거예요.” 대화 도중 구석구석 노인분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묻어났다.

끝으로 어떤 ‘우양의 집’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얼마 전 시설 증축으로 새로 늘어난 자리에 조금은 거동이 편하신 어른들이 더 오셔셔 봄 되면 텃밭도 가꾸고 닭도 기르면서 서로를 돌보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으시단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우양의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졌던 따스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엔 외롭고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보살피는 여섯명의 진짜 가족이 있고,그 뒤엔 그분들을 돕는 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었다. 팍팍하고 고달픈 이세상이 아직은 살만 한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이런 분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당신들이 있어 이 겨울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글·사진 | 김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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