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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⑦ 소방설비사 장석종(45세)

입력 : 2015-01-23 11:46:00
수정 : 0000-00-00 00:00:00

소방설비사 장석종(45세)

 

“내가 하는 일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예요.”

 

 

▲스프링쿨러 설치를 위해 소방설비 용접을 하고 있다.

 

예전엔 오래된 건물이 용도변경을 할 경우, 새로 강화된 법규상의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작년 5월 장성요양원 화재에서 노인 21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기준이 강화되었다. 용도변경시 무조건 소방설비를 현행 기준으로 설치해야 변경허가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 기준에 따라 작년 말 우리 신문사에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용접 불꽃이 튀고, 가스 냄새, 쇠파이프를 자르는 절단기 소리가 쨍쨍웽웽거리고, 높은 사다리에 오르락내리락하며 두 사람이 280평 지하 공간 천장에 소방설비를 설치했다. 몇 날을 사정해서, 두 차례 인터뷰를 했다. 

소방설비사 장석종씨(45세)의 첫 마디. “이게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예요.” 이게 무슨 소리지? “사람들이 그러죠. 살기도 힘든데 이런 거 하냐고.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매뉴얼대로 안하면 건물 올릴 수 없어요. 이런 재난방지 기준을 강화하는 거, 이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예요.” 맞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장성요양원 화재,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등이 터지면서 경제성장에만 신경쓰느라 지나쳐왔던, 재난 방지나 안전 설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 일반, 위생설비 일을 했다. 어릴적부터 일하는 게 좋았단다. 그 때 한참 기름보일러로 교체하던 시기여서 동네 선배들이 일 나갈 때마다 따라나섰다.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아서 곧잘 배워 일했다. 적성에도 맞았다. 군대 갔다온 후 소방설비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 분야에서만 15년 넘게 일했다. 이 소방분야는 법 규정에 따라 설계된 것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지만, 자신이 작업한 설비를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한다. 회사 소속 직원들도 있지만, 기술은 자신처럼 현장에서 갈고 닦은 사람을 쫓아올 수 없다고 자부했다.  

 “현장에서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예요. 저도 책 보고 공부했어요. 이론이 짱짱히 바탕이 되면 금방 배워요.” 갑자기 피타고라스 정의를 아냐고 묻는다. “싸인 코싸인 탄젠트. 그걸 모르면 일을 할 수 없어요.” 

지금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어서 보수는 좋은 편이다. 모두 50대, 60대이다.  

“큰 놈이 아들인데 중3이예요. 신경 안 써요. 소방 관련 전문대 가라. 그리고 아빠한테 배우면 밥먹고 사는 데는 지장없다고 말해요. 주위에 외국 갔다 오신 분이 많아요. 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갈 거예요. 미국, 일본, 호주 같은 데는 변호사, 의사 수준으로 보수를 받아요. 대우도 그 이상이예요. 우리나라도 그럴 날이 머지 않았어요.”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가 대단했다. 더구나, 일을 즐겁게 했다. 맨날 똑같은 일이지만 현장이 다르니 다 다르고, 그래서 재미 있단다. 정말 멋진 인생을 사는 고마운 이웃이었다. 자기처럼 일이 좋은 사람들을 위해 독일 장인제도 같은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편다. “일 끝나고 한잔하러 가시나요?” “아니예요, 집에 가야죠. 저는 금촌 살고, 형님은 문산 살아요.” “내일 일 끝나고 같이 한잔 해요. 네?” 두 사람은 대답없이 웃으며 작업장을 나섰다. 

 

 글·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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