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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획] 우리는 놀이, 터로 간다 (2) 놀이터에 대한 추억

입력 : 2017-02-01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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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놀이터

2부 편집회의에서 놀이와 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획 기사를 써보자는 의견을 들었을 때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 낮은 콘크리트 담벼락 밑에 있는 그네와 시소 두 개, 거기서 놀았던 동생과 나. 나의 초등학교 시절 놀이터다.

 

1989년 그때는 우리나라에 아파트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할 때였고, 우리 동네에 아파트 놀이터란 처음 생겼다. 동네에 놀이터가 생겼으니 엄청 인기가 좋았을 거라고 짐작이 되겠지? 아니다. 아이들은 그곳에 와서 그네 몇 번 시소 몇 번 타고 10여분도 머물지 않고 떠났다. 놀이터가 아니더라도 놀 수 있는 곳과 놀 거리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집들이 많았고, 대문 밖 골목, 학교 운동장, 뒷산, 동네 큰 나무 아래, 추수 끝난 논바닥……. 팽이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땅 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새 총으로 참새잡기, 말 타기, 닭싸움, 자치기…….

 

그렇게 놀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또 우리나라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입시 학원이란 곳을 다녔다. 놀이와는 완전히 담을 쌓았지만 성적을 올리지도 못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놀이와 놀이터를 떠난 십 수 년의 세월을 보내고 결혼을 해서 내 아이와 함께 찾은 놀이터. 이제 즐비한 아파트 촌 안에서 타박타박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놀이터가 아주 많다.


▲ 썰매에 눈뭉치를 담아 노는 아이들

 

놀이에도 돈이 필요한 때

경기도 파주는 공부 스트레스가 좀 덜한 곳이고 놀이터에 아이들이 제법 있다. 어른들도 있다.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두 세 명 모여 수다를 떤다. 놀이터 엄마들에 관한 추억을 떠올려 보면 좀 씁쓸하다.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당하는 것을 못 견뎌 했다. 또한 심적으로 느끼는 엄마들의 서열이 곧 아이들의 서열이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오빠들이 친구를 때리고 들어오면 엄마 아빠는 반창고를 사가지고 그 집에 오빠를 데리고 가서 사과를 시키고 엄마도 굽신굽신 절을 하며 사과를 했다. 때린 오빠는 당시에 그것을 굴욕으로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을 행동으로 가르치신 것이다. 요즈음은 이런 가정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 가람마을 금잔디 공원 언덕놀이터

 

아이들이 놀 줄 모른다?

그리고 엄마들 수다의 주제는 요즘 아이들이 놀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요즘 아이들이 정말 놀 줄 모르는 걸까? 아이들 간에 다툼이 생겨도 좀 지켜보면 될 것인데 엥 하고 우는 소리만 나면 쏜살같이 달려가는 엄마들 탓은 아닐까? 우리 땐 이런 저런 놀이 하며 놀았는데 요즘 아이들 노는 건 참 싱겁다고도 한다. 그러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 없을까? 그네를 타다가 모래성을 쌓고, 주변에 돌을 날라다가 돌 성도 쌓고, 작은 돌로 대포 만들어서 성 무너뜨리고, 그러다 친구들이 오면 미끄럼틀과 구름사다리를 이용해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정글의 법칙 놀이 등을 하는 것을 보면 요즘 아이들 놀이도 즐겁다. 우리 때처럼 해 빠질 때까 지 실컷 놀아라 하고 기회를 주면 수많은 놀이 거리들을 개발해 낸다.

 

놀이교육?

그리고 또 내가 의아한 것은 ‘놀이 교육’이라는 것이다. 놀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어른들이 놀이를 교육으로 만들어서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전래놀이네 오감놀이네 하면서 말이다. 소위 놀이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의 심리는 글쎄, 잘 노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하더라는 육아 책이나 방송 따위에 현혹된 것은 아닌지.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어른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심이 된다. 돈을 줬으니 더 믿음이 간다. 하지만 그 돈의 논리는 놀이 센터라는 사교육 시설을 넘어서 동네 놀이터, 학교 운동장, 뒷산에까지 왔다. 뒷산에서 숲 놀이, 학교 운동장에서 전래 놀이, 놀이터에서 창의놀이 지도사라는 사람들이 돈을 받아 간다. 나 어렸을 적에는 그냥 하던 놀이다.


▲ 지난 1월 14일 아이들이 눈썰매타기·눈사람만들기·눈뭉치기를 하고 놀고있다.

 

놀이와 놀이터에 대한 생각이 미래를...

부모들의 서툰 인간관계 맺기, 경쟁 구도의 사회,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인위적인 놀이와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깊이 논의해 봐야 하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어쩌면 이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점은 놀이와 놀이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의논해 보는 것이 시초일지 모른다.

 

지금 또 놀이와 놀이터를 떠나서 몇 십 년이 지나고 손자 손녀를 데리고 다시 찾은 놀이터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놀이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놀이와 터에 관한 기획 기사를 제대로 다뤄야 하는 이유이다.



 

글 | 허영림 편집위원

캘릭/ 사진/ 삽화 | 노은경 편집위원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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