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가덕도를 어찌할 것인가
다시 표류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을 2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정부는 수의계약을 중단했습니다.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목표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겼던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대폭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당초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를 2029년 12월로 5년 6개월 앞당겼습니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는 2023년에 무산되었고, 그럼에도 정부는 조기 개항 계획을 유지해 왔습니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난도가 높아 안전을 위해서는 방파제 공사를 먼저 하고 바다 매립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수의계약을 중단하고 재입찰에 나설 예정입니다. 문제는 과거에도 공사 난이도와 촉박한 일정 때문에 네 차례나 유찰되었고, 결국 수의계약으로 현대건설을 참여시킨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다른 기업이 입찰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재입찰이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화된 사업
가덕도 신공항은 애초부터 사업 실패 가능성이 높았던 문제 많은 사업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고, 윤석열 정부는 엑스포 유치 일정에 맞추기 위해 개항 목표를 2029년으로 앞당겼습니다. 게다가 바다의 토질과 파도로 인해 공사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데도 이 사업이 추진되는 이유는, 이미 ‘정치화된 사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된 이래, 정부는 입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심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 대안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실증적 평가에 근거한 결론이었습니다.
당시 이러한 결론은 여야가 합의한 ‘신공항 특별법’으로 전격 통과되었고 행정절차가 진행되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어렵게 형성된 사회적 합의는 무너졌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공사 기간은 당초 7년에서 9년으로 늘었고, 추정된 사업비는 1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산과 경남에 이해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처럼 되었고, 객관적 논리에 기반한 정책 접근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매몰비용이냐, 기회비용이냐
가덕도 신공항은 완성되더라도 활주로 폭이 인천공항보다 15m 좁아 대형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있습니다. 또한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 위치해 조류 충돌 위험이 전남 무안공항보다 246배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무안공항 추락 사고에서도 철새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더구나 안개와 강풍이 잦은 기상 조건도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공항 외적 여건도 문제입니다. 도로와 철도 연계망 구축에 최소 8조 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공사 지연과 난공사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총 사업비가 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국 경제성도, 기술적 조건도, 현실성도 모두 문제가 있는 총체적 난국이 되었습니다. 오로지 정치적 구호가 주도하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전형적인 ‘매몰비용 오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발생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벌써 지불되어 돌이킬수 없는 일련의 비용은 미래 비용이나 편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매몰비용 오류의 대표적 사례로 ‘콩코드 오류’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1969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많은 국민과 학자가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고 했음에도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1976년부터 운행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다 결국 2000년대 초반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초기에 매몰비용을 포기했다면, 만성적인 적자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의사결정 기준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투자할 비용과 이로 인한 편익만을 고려하면 됩니다. 이러한 기준을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기회비용은 포기된 대안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선택지 중 가장 가치가 큰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제2의 새만금, 영남의 새만금이 될 것인가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제는 감정이나 정치 구호가 아닌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약 5조 9,600억 원으로 연간 3,800만 명 수용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는 동남권 관문 공항 역할이 어렵습니다. 더 큰 확장 계획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전철 등 최소한의 시스템이 있어서 비용은 적게 들어갑니다.
특히 현재 북극항로 개발로 부산항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단순한 동남권 관문이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세계적인 관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완성되어도 문제가 많은 가덕도 신공항보다, 기존 김해공항을 크게 확장하는 방안으로 진행하면 비용도 덜 들고 도심과 가까워 활용성도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몰비용을 과감히 포기하고, 기회비용이 더 큰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것입니다. ‘농업용지 확보’를 명분으로 추진한 새만금 사업은 매몰비용을 포기하지 못해 계속 ‘밑 빠진 독’이 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새만금 사업은 벌써 2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예산으로 유지되는 경제 생태계가 오히려 호남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영남에 제2의 새만금을 만들면 안됩니다.
물론 공항은 필요합니다. 세계적 도시가 되는 첩경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목표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목표가 아닙니다. 목표는 같더라도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고, 오히려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지혜로운 결정이 될 것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