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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깃든생명 | 작성일: 2015-01-12 15:09:00 | 수정일: 0000-00-00 00:00:00
흰꼬리수리가 체면 구긴 날
찬바람 매섭게 몰아치는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 위로 한 떼의 까치 무리가 깍깍 대며 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닌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들어 주변을 보니 흰꼬리수리(멸종위기야생조류 1급, 천연기념물 제243-4호) 한 마리가 독수리 월동지에서 얻은 먹잇감을 억센 발톱으로 움켜쥐고 까치들을 피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원래 임진강 수계를 날아다니며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 녀석들인데 강이 꽁꽁 언 탓에 이곳 독수리월동지로 날아 든 듯하다.
고기 한 점 얻으러 왔다가 까치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먹잇감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흰꼬리수리를 보며 허한 웃음이 나왔다. 흰꼬리수리는 북중국과 시베리아 넓은 지역에 서식하며 겨울이면 우리나라로 날아와 주로 큰 강 수계를 따라 월동한다. 우리 파주에서는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주변 하천에서 수 십 마리가 월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밤새 꽁꽁 언 임진강에 아침 천둥소리 내며 쩍쩍 갈라지는 얼음들 비집고 흙탕물이 치고 올라오면 어느새 임진강은 아수라장이 된다. 밀물 때면 만날 수 있는 임진강의 겨울 모습이다. 강 위쪽으로 거침없이 올라가는 크고 작은 얼음조각 위로 삼삼오오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흰꼬리수리를 만나는 것은 덤이다. 밖에서 만나는 자연의 경이는 찾는 사람들의 몫이다. 관심과 사랑으로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자.
조영권 (파주생태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