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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카슈미르의 저녁’

문화ㆍ생활 | 작성일: 2020-12-15 07:23:18 | 수정일: 0000-00-00 00:00:00

카슈미르의 저녁

 

 

 

      박노해

 

 

      분쟁의 땅 카슈미르에서 오늘도

      총칼의 공기가 무겁게 감싸던 하루가 저문다

      엄마는 저녁 준비를 위해 불을 지피고

      어린 딸은 식탁에 차릴 그릇을 꺼낸다

 

      창밖에는 히말라야의 눈보라가 날려도

      장작불은 타오르고, 그래도 우리 함께 있으니

      이 작은 집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불의 사랑으로 봄을 기다릴지니

 

      인간은, 세계 전체가 짓누르고 죽이려 해도

      속마음을 나누고 이해하고 믿어주고 안아주는

      단 한 평의 장소, 단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랑이면 살아지는 것이니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카슈미르의 저녁
         사진에세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수록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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