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문화ㆍ생활 | 작성일: 2015-04-17 10:22:00 | 수정일: 0000-00-00 00:00:00
* 세월호 참사 추모시입니다.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 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 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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