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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의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영유아발달의 우선 순위를 중심에 두어야.

입력 : 2018-09-20 16: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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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의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영유아발달의 우선 순위를 중심에 두어야.

- 영유아기가 한 인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
 

사진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보육의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보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육교사 52천명을 새로 채용해서 보호자가 원할 경우 늦은 오후나 밤에도 영유아를 어린이집에서 돌볼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보육의 본질을 벗어났다. 보육의 본질, 즉 보육정책이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놓인 영유아 발달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정부에서 새로 시행하겠다는 보육정책은 이와 같은 보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 보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영유아 발달이 빠져 있다. 어른들을 위한 정책이고 일자리 창출과 맞물린 정책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영유아들이 오후 늦게 또는 밤늦게까지 어린이이집에 남기를 원할까. 그렇게 남았을 때 영유아의 발달은 어떻게 될까?

 

정부에서는 오후반 또는 야간반 전담 보육교사를 채용해서 그 교사들로 하여금 내실 있는 보육프로그램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반이나 야간반 선생님을 만나기 이전에 다른 선생님과 시간을 보낸 영유아들은 많이 지쳐있지는 않을까? 거기다 다시 만난 보육교사와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발달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졸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최순자, 2015. 씽크스마트)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이때 몇 사람에게 이 책의 추천사를 부탁했다. 그 중 한 명이 정신과 의사로 잘 알려진 전 강북삼성병원장이었던 이시형 박사(현 세라토닌문화원장)이다. 한 페이지 분량의 추천사 중에서 가장 강조했던 내용은 영유아기가 한 인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평생이라는 단어를 꼭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정신과 의사로 많은 사람을 만나왔는데 그 사람들의 문제 원인은 영유아기에 있다는 의미에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에서 7년 동안 발달임상과 유아심리를 공부했다. 유학 중 30여 곳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교육 실습을 갔다. 그때 어느 유치원의 입학조건을 잊을 수 없다. 유치원에 보내려면 반드시 보호자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인간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를 유치원만 맡겨서는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치원과 가정이 연계하여 같이 잘 키우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입학조건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으니 가까운 곳에서 보호자가 직접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때도 승용차를 태워오는 것은 안 되고 같이 걸어오고나 안고 오라는 것이다. 단 자전거까지는 허용할테니 자전거에 태워 올 수 있을 경우는 그렇게 하라는 조건이었다. 보호자가 데리고 오면서 아이와 상호작용하라는 의미이다. 철저하게 발달상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놓인 영유아 발달을 고려한 입학조건이다.

 

젊은 엄마나 아빠의 육아 부담도 이해한다. 영유아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뭔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요구한다. 이는 영유아 자신의 발달을 위해서이다. 부모는 힘들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는 과연 누구의 사랑을 가장 받고 싶겠는가. 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어린시절 그랬듯이 부모이다. 발달에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므로 일정 시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부모와 보내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힘들더라도 이 시기를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육은 사회의 미래 구성원을 키워내는 일이기도 하므로 정부의 보육정책도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육아 전문가 에마 제너는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은 부모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저출산 문제와 보육정책은 정부의 모든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향을 찾아야 한다. 영유아를 둔 보호자에게는 육아휴직을 충분하게 주고 육아도 경력으로 넣고 급여도 충분하게 주어야 한다. 또 육아휴직 후에는 부담없이 복직이 가능한 제도와 문화를 정비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고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어린이집에서의 보육은 영유아의 엄마라는 진정성을 갖고 영유아와 상호작용을 잘 하는 가장 숙련된 교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의 교사 대 영유아의 비율 낮추기, 보육료 현실화, 보육교사양성 과정 개선 등 보육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을 통해 양성된 보육교사의 처우나 대우를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부모를 대신해 인간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의 영유아를 돌보기 때문이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심리학과 앨리슨 고프닉 교수는 "양육이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나는 여기에 가장 가치로운 일이라고도 덧붙이고 싶다.

 

                                                         글 최순자 국제아동발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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