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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76) 장파리 라스트찬스의 윤상규 작가  

입력 : 2018-07-12 10:55:22
수정 : 2018-07-20 10:40:37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76) 

장파리 라스트찬스의 윤상규 작가

 

 

라스트찬스에서 마을의 찬스를 만드는 예술가

 

우리나라에 몇 안남은 미군 기지촌 클럽. 5년 전 설치미술가 윤상규 씨(58년생)가 집을 팔아 60~70년대의 복원을 위해 모조리 투자한 곳. 여기 라스트찬스에서 윤상규 씨를 만났다.

 

운명처럼 만난 라스트 찬스

라스트찬스가 있는 파평면 장파리는 60~70년대 당시 유동인구 3만 명, 주민 1만 명 가량으로 번화했던 동네였다. 당시 장마루촌 최고 상권들은 라스트찬스, 장마루극장, 럭키바, 블루문, DMZ클럽, 메트로홀, 뱀집(나이트클럽), 홀하우스, 브릿지다방, 재건중학교로 기억된다.

70년대 말 미군들이 떠나고 장파리는 길게 파리 날리는 거리가 되었다. 잠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워져가는 간판, 몇몇 건물들이 당시 외형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에 왔을 때 창문도 없고 천정에서 하늘이 보였지요. 복원에 의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원작업을 위해 옛날 사진을 많이 구했어요. 제대로 복원했는지 어른들께 여쭈어보니 완벽하다고들 하셨습니다.”

그는 운명처럼 라스트찬스를 만났고, 이 미군클럽을 복원해나가면서 마을과 하나가 되었다.

 

 

 

21년간의 세계 오지 여행

그는 직업이 많다. 설치미술가, 공연예술, 사진작가, 디자인연구소 데카 대표, 한국문화마을연구소 소장, 그리도 마을활동가. 이 모든 것이 그를 지칭하는 직업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정부의 큰 기획행사에서 재주를 발휘하던 윤상규씨는 디자인 회사를 차려 돈도 많이 벌었다. 그리고, 번 돈을 디자인 잡지를 발행하면서 쏟아부었다. 그러다가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지여행에 나섰다. 21년 동안 세계를 다녔다. 세계 205개 국가를 다니며 사람을 보았다. 도시에서는 얻어 먹을 것이 없어서 주로 농촌을 돌아나녔다. 죽을 뻔 한 적도 많았고, 위험한 일도 많았다. 그러면서 왜 우리에게는 이런 문화가 없을까?”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아들의 요청으로 귀국, 파주에 깃들다

그런 중에 2009년 아들이 인생을 걸고 결정을 내릴 일이 생겼다며 아버지 도움이 절실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 한국에 돌아왔다.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공연예술을 기획하고 설치하는 작업하던 중에 파주에 인연이 있는 분이 일을 도와 달라 하여 10년 쯤 전에 파주에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능안리에 있다가 화석정에 우연히 왔다. 7년 쯤 전, 화석정의 아름다운 정취에 반해 스튜디오를 팔고 율곡리에 집을 샀다. 그러다 라스트찬스를 운명처럼 만났다. 보고난 다음날 바로 계약했다. 율곡리 집을 팔았지만 돈이 부족해서 월세 계약을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자료를 찾으면서 복원을 한 것이다. 그는 이곳 라스트찬스에서 환갑을 맞이할 참이다. 최근에 이 곳이 팔렸지만, 새 주인은 윤 선생님께서 여기를 지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나가는 날, 정말 여기를 지키겠다는 의지 있으면 복원한 것 다 줄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게 다 낼 줄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무소유란 단어가 떠올랐다.

 

 

 

조용필 거리와 파주안의 파리를 꿈꾸다

아픈 역사라고 해서 지워야 하나요? 우리 이야기인 걸요. 마을에서 사무장 일을 하고 있어요.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자식, 부모 같은 마음이죠. 이제 거리에서,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어이, 막걸리 한 잔 하고 가!’하시죠.”

라스트찬스를 복원하면서 마을의 역사를 알고, 사람을 알고, 마을활동가가 되었다. 앞으로 이 마을의 원형을 살리고 조용필 거리도 만들 계획이다. 가왕 조용필은 이 곳에서 기타 연주를 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라스트찬스 한 쪽에 조용필박물관도 있다.

매니저가 듣고 반겨했어요. 조용필이 한번 오겠다고 전했는데 언제 다녀가실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내년 1월 전에 오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또 하나 프랑스문화와 연계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파주에 파리가 있다. 장파리. 장파리는 영어로 하면 롱파리이다. 프랑스 문화원에 이곳 장파리에 프랑스 파리를 느낄 수 있는 포토존이나 조형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적극 설득해서 이제 구체적인 조율만 남았지요.”

대단하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자전거 투어 코스도 개발하고, 동네 어르신의 빈방을 이용한 민박 연계 사업, 빵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는 마을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상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파주안에서 빠리를 찾은 그의 안목은 이제 리비교를 문화다리로 만드는 꿈으로 향하고 있다.

 

허름한 무전여행가를 초대한 재즈카페

라스트 찬스안에는 모든 악기가 구비되어 있다. 매년 가수를 초청해서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인권씨를 모시고 공연을 했다. 그가 라스트찬스에 꽂힌 것도 사실을 음악을 사랑하는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08개월 정도를 바깥으로 다녔는데 쿠바 갔을 때는 뒤지게 혼났어요. 공산권 나라를 왜 갔냐며 사상을 의심하는데 음악 들으러 갔다니까 안믿는 거지. 허허

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을 무전여행 할 때였다. 어느 재즈 카페를 지나는데 음악이 너무 좋았다. 그 카페 바깥의 스피커 앞에 앉아 들었다. 날마다 갔다. 그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지배인이 물었다. 정장 차림으로 입장해야하는 재즈 연주 카페 앞에 너덜너덜한 가방 들고 발가락이 삐져나올 것 같은 신발을 신은 동양인이 허구헌날 죽치고 있어 이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음악에 심취해 몸을 흔들흔들 하고 있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신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턱시도를 빌려입은 윤상규씨는 재즈카페 정 중앙 특별석에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주자와 함께 대화도 나누었다.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마을안 작은 세상에 세계가 있고 우주가 있더라

그의 페이스북 대문에 걸린 문구이다. 전세계 오지를 20년간 다닌 사람이 마을에서 우주를 찾고 있다.

그와 함께 마을일을 같이 하는 분은 한빛교회 김성찬 목사이다. 두 사람은 함께 마을 도서관도 만들고, 자전거 투어 코스도 개발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는 장마루촌을 자전거를 타고 도는 프로그램이다. 자전거 20대를 마을회관에 비치해 두었고 긴 코스, 짧은 코스의 안내팜플렛도 만들었다.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요즘은 라스트찬스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논다.

김윤정 파주시 문화예술과장이 라스트찬스에 들러 법원리 해바라기 축제와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며 말했다. “마을 문화밥상 차리기에 적임자예요. 이런 저런 문화를 한번 쯤 젓가락질을 해보게 하고, 취향에 따라 먹어도 만족할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 탁월한 예술가죠.”

오는 714,15일에 법원리에서 펼쳐지는 해바라기 축제에서 윤 씨가 무대예술 감독과 총 기획을 한다. 매번 하던 트롯 가수 초대와 노래자랑 등을 빼고 고전무용, 전통 악기 공연을 넣는다. 무속음악도 우리 고유의 것이라 살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 가족소설, 가족동화 낭독회도 가진다.

진지하게 얘기하다가 쓱 웃는 윤상규 씨 얼굴에 구슬 따먹기 하던 아이의 순수함이 있다. “내것만 추구하며 단절하고 살았다면 마을을 몰랐을 거예요. 마을 안에 사람도 있고, 세상도 있고, 우주도 있어요.”

 

문화를 공유하자! ‘우리문화마을연구소

흙을 빚어 빛을 만드는 고수박종식 도예가의 작품이 카페 중앙에 있다. “파주에는 생각보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걸출한 인물들이 많아요. 이들을 찾는 것은 파주 고유의 것을 살리는 일이고 문화를 살리는 일이예요.” 그는 이런 소신으로 예술가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을 우리가 알아서 찾아내자 해서 한국문화마을연구소를 만들었지요. ‘파주속 인물 찾기해서 첫 번째 주인공으로 작년에 도예대가 박종식 작품을 교하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여기에도 전시했었죠.”

그는 예술로 사람을 키우고, 문화로 마을을 살리려 하고 있다.

세상 모두 공유하는 것이 이치다 생각해요. 제 사진을 맘껏 갖다 쓰세요. 누군가에게 배웠으니까 재능이 생긴 것이니, 저도 나눠야죠.”

좋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간다면 그 사람이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예술을 파는 것은 예술에 기득권을 조금 부여한 것일 뿐이예요. 파는 것은 정당하지만 살 수 없는 사람에게 꿈을 나누려면 공유해야 하는 것이죠.”

세계오지를 다니며 넓어지고 단단한 그의 세계에서 파주 장파리는 아직 작은 느티나무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는 공유와 나눔의 철학이 마을을 적시며 느티나무가 자랄 것이다. 라스트찬스가 있는 장파리는 조용필거리, 리비교 문화다리, 파주안의 ~파리로 세계에 우뚝 설 것 같다.

우리 파주에 윤상규씨가 있어 감사하고 감사하다.

 

 

글 허영림

사진 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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