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치 않다, 불편하세요?

입력 : 2016-08-20 17:37:00
수정 : 0000-00-00 00:00:00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치 않다, 불편하세요?

  

7월 19일 넥슨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를 담당한 김자연 성우가 넥슨과의 계약을 해지해 해당 성우의 목소리가 삭제되는 사건이 있었다. 김자연 성우가 올린 한 트윗의 내용에 의한 일부 유저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18일 김자연 성우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I don't need a hero. I need a friend.”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유저들의 반발을 산 것은 이 티셔츠의 수익금이 페미니즘 이슈를 전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를 후원한다는 사실이다.

 

클로저스의 건의 게시판에는 성우를 교체해달라는 유저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메갈리아4’는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파생이므로 이러한 커뮤니티를 후원하는 김자연 성우를 보이콧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넥슨은 김자연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넥슨의 행동이 성차별적 부당조치라며 항의가 빗발쳤다. 김자연 성우가 넥슨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며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이미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트위터에는 넥슨 보이콧 해시태그와 넥슨 탈퇴 인증이 줄을 이었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성우 활동을 제한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22일 넥슨 사옥 앞에서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김자연 성우 사건 이전에도 넥슨은 자사의 신작 서든어택2로 여성비하 논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넥슨의 입장은 넥슨의 주 고객층인 젊은 남성들의 의견을 대변한다. 그들에게 페미니즘은 여전히 ‘불편한 것’일까. 김자연 성우는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행동은 자신의 작업물을 삭제해야 할 만큼 잘못되었다’는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다.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 속에 꾸준히 존재해왔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동안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운동은 현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었다. 메갈리아가 ‘김치녀’, ‘보슬아치’와 같은 표현을 ‘한남충’, ‘씹치남’으로 모방하자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과격한 남성혐오, 여성우월주의 집단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 누군가는 우리의 게이머들이요, 김자연 성우는 여성이다.

 

여성혐오(misogyny)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지 않게 바라보는 것이다. 성 평등에 관심이 있다면, 독자 여러분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생각과 지향점이 올바른 성 평등 의식과 부합하는지 고민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어떤 타인에 대한 동조도 아닌 스스로의 이성과 판단으로 말이다.

 

 

 

김지윤 파주에서 틴 청소년 기자

 

 

 

#46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