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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10] 일본의 화폐인물

입력 : 2020-01-28 01:37:59
수정 : 0000-00-00 00:00:00

이해와 오해 [110]

일본의 화폐인물

박종일(자유기고가)

 

 

국기와 화폐의 도안은 한 국가가 자기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화폐의 도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인물이다. 그 인물의 행적을 통해서 한 국가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과거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상을 표현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일본의 지폐는 1984년과 2004년에 발행 된 것이다. 20194월에 일본 재무성은 앞으로 지폐에 적용할 새로운 인물 도안을 선정 발표했다.

 

 

▲ 현재의 일본 화폐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만엔권 인물: 쇼도쿠태자(聖德太子, 1984년 이전 발행), 후쿠자와 유키치(福澤兪吉. 1984년부터), 시부자와 에이이치(澁澤榮一, 향후적용). 5천엔권: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 1984년부터), 히구치 이치요(通口一葉, 2004년부터), 츠다 우메코(津田梅子, 향후적용). 2천엔권: 오키나와의 슈리(首里)성문(1984년부터, 유일한 비인물도안. 슈리는 오키나와의 옛 왕성이다). 1천엔권: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984년 이전 발행),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 1984년부터), 노구치 히데오(野口英世. 2004년부터), 키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 향후적용). 5백엔권: 이와쿠라 토모미(巖倉具視, 1984년 이전 발행). 1백엔권: 이타가키 타이스케(板垣退助, 1984년 이전 발행).

 

▲ 1만엔권 새 화폐도안



쇼도쿠태자는 7세기 초에 일본이 대륙의 문물을 도입하는데 앞장선 정치가이다. 우리에게는 백제의 왕인(王仁)박사의 활동과 연결되어 잘 알려진 인물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이 근대국가로 변신하는데 이념적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사상가이다. 일본은 유럽을 빨리 모방하여아시아를 탈피하여야하며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탈아론을 제창한 인물이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을 위시한) 조선의 청년 개혁정치가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준 일로 우리와 연결된다.

시부자와 에이이치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린다. 기업경영, 증권거래소운영, 은행가, 대장성대신으로서 서구 자본주의 제도를 일본에 도입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대한제국 시절 일제의 이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스스로 지폐 속 초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니토베 이나조는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이자 농업 경제학자, 교육가, 외교가, 정치가이다. 그가 무사도를 일본의 도덕교육의 지표로서 찬양하기 위해 영문으로 쓴 무사도(武士道)란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히구치 이치요는 메이지시대의 여성작가이며 일본 현실주의 문학의 개척자다. 츠다 우메코는 메이지시대의 초기 여성 유학생 출신이며 여성 신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이토 히로부미는 메이지 체제를 성공시킨 무사계급의 핵심인물이며 우리에게는 조선 통감이자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츠메 소세키는 소설가, 평론가, 영문학자이다. 메이지 시대의 대문호로 꼽힌다.

노구치 히데오는 메이지시대에 활동한 세계적인 세균학자로, 매독 병원체인 스피로헤타를 발견했다.

키타사토 시바사부로는 그의 뒤를 이은 세균학자로, 1894년 홍콩에서 발생한 흑사병의 병원체인 페스트균을 발견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파상풍 치료법도 찾아냈다.

이와쿠라 토모미는 메이지유신의 주요 공신이며 천황제를 확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그의 장례식은 일본 정부가 시행한 최초의 국장이었다.

이타가키 타이스케는 일본 최초의 (근대적 형식의) 정당인 자유당을 창립한 인물이다. “서민파정치인으로서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그의 도움과 주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올 수 있었다(김옥균 암살에 이타카키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처럼 압도적인 다수가 일본이 서양 문물을 빨리 받아들여 근대(군국주의) 국가로 변신하는데 공을 세운 정치가, 그 성과를 학문과 예술로 표현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인물들(특히 정치가들)의 행적은 우리(뿐만 아니라 이웃 아시아가 국가들)에게는 아픈 역사기억이다.

금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웃나라의 지적에 대해 일본은 전통문양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일본은 아시아가 아니며 일본이 아시아를 지휘 감독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일본인(정치가)들은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욱일기는 그들에게는 그냥 전통문양일 수도 있지만 이웃들에게는 정신적인 피부에 깊게 새겨진 인두자국이다.

 

#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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