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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4> 유치원꼬맹이들의 고구마 캐기

입력 : 2019-10-28 06:06:36
수정 : 0000-00-00 00:00:00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4>

유치원꼬맹이들의 고구마 캐기

             도시농부 신희곤

 

어린이집 아이들 고구마 캐러 오는 날이다. 캐기 좋게 양쪽 고구마를 캐고 가운데 줄을 남겨 놓았다. 하나씩 맛보기 고구마도 삶았다. 박스를 준비하고 호미와 모종삽을 준비했다. 고구마 아홉 이랑 중 세 이랑의 고구마 줄기를 자르고 일부를 캐고 고구마 캐기 체험 준비를 마쳤다.

 

영어유치원 원장님 전화다. 지금 고구마캐기 체험 아이들 버스가 출발했단다. 오잉? 내 수첩에는 적혀있지 않는데 큰일 났다. 오후에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지금 출발 했단다. 부랴부랴 고구마줄기를 걷고 비닐을 걷었다. 정신 없는데 버스가 들어온다. 주차장이 금세 가득차고 아이들 소리가 메아리로 들려온다.

 

산에 가던 누님이 도와 주어 고구마 캐기가 시작되었다. 작은 밭에 아이들과 교사 영어까지 섞이어 정신이 없다. 바뻐 죽겠는데 전화벨은 왜 이리 울리는고? 한시간 동안 고구마 아홉 박스를 캤다. 등에서 제법 땀 냄새가 났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 정적이 남았다. 부러지고 찍히고 캐다 만 자리에 이삭줍기를 한다. 세 박스를 주웠다. 상처난 고구마를 삶아 김치를 얹어 점심 대신 먹는다. 꿀고구마가 숙성되지 않았어도 맛이 좋다. 어릴적 고구마 많이 먹던 생각이 났다. 고구마 먹고 체해서 몇 년동안 고구마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토란대를 자르고 들깻대도 벴다. 배추밭에 영양제를 주었다. 점심에 먹기로 한 붕어 추어탕은 다듬어서 압력솥으로 삶아 놓았다. 들깨밭 옆의 무를 뽑아 낫으로 슥삭 깍아 맛을 보았다. 아직 맛이 덜 들었다. 배고프던 시절의 무 서리가 생각난다. 무하나 뽑아서 풀밭에 슥삭 문질러 껍데기 벗겨 먹던 왜무시가 맛있었는디! 오늘은 회의 다녀와서 쪽파 뽑아 갓을 넣고 김치 담아 말어! 고구마 마저 캐야지!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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