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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초동에 간 이유2 - 나는 아직 조국과 이별 하지 못했다.

입력 : 2019-10-24 01:15:39
수정 : 2019-10-24 01:29:00

조합원에세이 

내가 서초동에 간 이유2

 

나는 아직 조국과 이별 하지 못했다.

                                       고형권 작가(소설 [남원성], [이신방전] 등)

 

 

 

1019일 서초동 집회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여성과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하겠다. 집회 참가자의 80%는 여성분이었다. 아울러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젊은 (아마도 20대에서 40대로 추정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서초동 집회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50대 이상의 남성들은 거의 안보였다. ‘어 이게 무슨 현상이지?’ 나는 어리둥절했다. 젊은 여성들에 둘러싸인 나는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했다. 젊은 여성분이 건네는 초콜렛과 사탕에 감격했다. ‘당 떨어지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괜히 콧등이 시큰했다. (어떻게 알고 당 떨어지면 안 되는지) 나는 감히 가방에 가지고 갔던 단팥빵을 꺼내 놓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20대 젊은이들은 조국에게 실망하여 전부 떠났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조국이 사퇴한 후에 열리는 집회이니 조국수호보다는 공수처법 제정을 요구하는 여의도가 더 어울릴 것이었다. 그런데 왜 공식적으로 여의도로 사람들이 진지를 옮겼는데 이분들은 서초동으로 나왔을까? ? 확실히 1019일 서초동 집회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이고 원인은 아니다. 나는 감히 이렇게 추정해 본다.

우리는 아직 조국과 이별하지 못했다.’

그렇다 사람들은 아직 조국과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제 조국의 역할은 끝났고 공이 국회로 넘어갔으니 의회를 압박하러 여의도로 가자로 사람들은 여의도 집회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본다. 서초역 사거리를 메웠던 대부분의 시민들도 동의했고 분열로 비쳐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해서 여의도로 갔다고 본다. 나도 당연히 여의도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머리수하나 보태자고 서초동에 남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 일각에서도 뭔가 서초동으로 끌리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은 당장의 지지율 하락을 두려워하고 조국이라는 빌미를 더 이상 적패세력들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겠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본다. 그렇다 정치공학적 판단을 거부하는 인간적 의리의 표현이라고 본다. 나는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를 찬찬히 들어 보았다. 사람들이 6개의 피켓 중에서 가장 많이 들고 싶어 하는 피켓을 유심히 보았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 가장 많은 함성을 보내준 연설을 곰곰이 들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고 간 피켓은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쓴 윤석열을 수사하라였다. 이날 집회에서 지금까지 서초동 집회에서 처음 나온 구호는 문재인을 지키자‘ ’대통령을 지키자‘ ’윤석열을 수사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 날 집회에서 가장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국수호라는 구호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구호 중에 하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날 조국수호라는 구호를 원 없이 외쳤다. 나도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여의도에 가면 이제는 더 이상 조국수호라는 구호를 더 이상 외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조국이 사퇴한 마당에 뭘 더 조국을 수호한다는 말인가? 집회에 나가기 전에 우연히 만난 민주당 당직자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조국 사퇴는 절묘한 시점에 이루어진 좋은 판단입니다. 조국의 쓰임새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제는 공수처법 제정으로 힘을 모아야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일견 맞는 말이다 하면서도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아니 가족들을 사지에 몰아넣고도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조국을 그놈의 알량한 지지율 걱정에 사퇴시킨 것이 옳은 결정이란 말이냐?”

뭐라고 쓰임새라고? 조국이 니 놈들이 쓰다가 단물이 다 빠지면 버려도 되는 수단이었다는 말이냐?”

그래 그것이 너희들의 정의더냐? 동네 조기축구회 보다도 못한 의리 아니냐?”

엄마들은 지지율 걱정에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엄마들은 못난 자식이라고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한번 엄마와 자식으로 만나면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정치공학적 판단에 저항하는 인간적 의리의 실체가 이것이다. 시민발언에서 조국수호의 의미가 여실히 드러났다.

내가 조국입니다. 지금도 정경심 교수가 부당하게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금 서초동을 떠나면 조국은 정경심은 누가 지켜 줍니까? 조국이 나고 정경심 교수가 나입니다. 부당한 검찰권력에 탄압받고 또 앞으로 받을 수 있는 평범한 시민이 전부 조국입니다. 조국을 수호하는 것은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조국수호

 

이제 조국은 서울대 출신 잘 생기고 미남인 남자 배 바지를 즐겨 입고 홀로아리랑을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강남좌파 법대 교수 조국이라는 1인칭 고유명사가 아니다. 조국은 공권력에 저항하고 평온한 가정을 지키고 싶은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들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다. 나는 서초동에 많은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나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본다. 정치공학적으로 조국은 사퇴했지만 인간적으로 우리는 아직 조국과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우리는 끝까지 조국을 지킨다. 그렇게 보면 모든 구호가 설명된다. 조국은 노무현이고 조국은 문재인이다. 조국을 지키자는 것은 문재인을 지키자는 것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끝까지 지키자는 것이다.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재현하지 말자는 것이다. 법보다 앞서는 것이 감정이다. 윤석열이 조국 가족에게 행한 폐악이 너무나도 분명한데 어찌 자식을 죽인 원수를 법으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윤석열을 수사하라는 구호는 정치공학적 판단에 대한 명백한 거부다. 총선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이다. 지금 당장 정의를 실현하라는 시민의 최후통첩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정치공학적 판단보다 인간적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공학적 판단도 존중한다. 서초동에 나타난 여성의 거리 진출이 갖는 의미가 있다. 나는 이 현상이 계속 더 발전해 가기를 기원한다. 정치도 어머니와 같이 따뜻해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관점과 입장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는 서초동과 여의도는 합쳐져야 하고 통합하여 집회를 꾸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집회의 주인은 개국본도 아니고 누리앱도 아니다. 시민이 집회의 주최이고 주인이다. 시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동원되지 않는다. 항상 집회 주최는 시민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했다. 서초동에 나타난 여성들의 참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집회 주최 측은 아전인수격 해석에 만족하지 말고 깊이 성찰해보시기를 바란다. 시민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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