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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가 학교 학생은 세월호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는 거냐”

입력 : 2015-07-23 11:08:00
수정 : 0000-00-00 00:00:00

“미인가 학교 학생은 세월호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는 거냐”



세월호 추모 공모전 ‘대상’선정 후 8일 만에 돌연 취소...학생 가슴에 못 박는 공제회와 교육부



 





 ‘세월호 추모 및 안전문화 확산 공모전’ 포스터 부문에서 대상이 취소된 정서한(16)군 작품.



 



정서한(16) 군의 어머니 김지윤(45) 씨는 6월 25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이하 공제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공제회가 주관한 ‘제2회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학교안전 공모전’에서 정서한 군이 교육부장관상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전화였다. 세월호 추모 포스터부문 1등이었다. 김씨는 이 소식을 정군에게 곧바로 전했다. 정군은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들뜬 나날을 보냈다. 8일 후인 7월 3일 금요일 김씨는 다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공제회는 돌연 김씨에게 “수상이 취소됐다”고 했다. 김씨는 공제회 측에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공제회는 “(정군을) 학생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정서한 군, 어머니 김지윤 씨.



 



8일이 지난 후 갑작스러운 ‘수상 취소 통보’



정군이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한 건 5월 31일. 포스터 원본을 찍은 사진파일과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6월 19일 공제회가 3차 실물심사를 위해 원본 포스터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오후에 바로 그림을 들고 서울 용산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공제회를 직접 방문해 제출했다.



 



6일 후인 6월 25일, 김씨는 공제회로부터 ‘(정군이) 최종적으로 대상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날, 수상자 목록이 공제회 홈페이지에 한글파일로 게시됐다. 개별연락도 받았고, 홈페이지에까지 공개된 것이다. 이후 7월 3일 수상 취소 통보를 받을 때까지 김씨는 두 차례 더 공제회 측과 통화를 했다. 상금을 입금할 정서한군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와 주민번호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7월 3일, 공제회에서 수상취소를 통보해왔다. 공식적으로 수상자 명단이 발표된 날(6월 25일)로부터 8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현재 수상자 명단 파일에는 정서한 군의 이름이 삭제돼 있고, 해당 칸은 공란으로 비어 있다.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은 ‘학생’이 아니다”



공제회측은 김씨에게 “(정군이)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학생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정군의 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다산학교'로, 미인가 대안학교다. 정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1학년이던 2012년부터 4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군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다.



 



정군은 “지금까지 내가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으면 차라리 괜찮았을 텐데, 대상 통보까지 받은 후에 안 된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정군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취소됐다고 말한 날 아이가 방에서 몰래 울더라”며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애초에 접수 받을 때부터 자격을 명확히 해뒀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공제회 ‘법으로 정해진 학교 아이들만 학생이다’



7월 13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찾아 기획정책실 김태용 팀장을 만나 정군 수상 취소 이유를 물었다. 김 팀장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취소한 것”이라며 “법으로 학교라고 정한 곳에 소속돼 있어야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인가 학교의 아이들은 한 마디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왜 접수 혹은 심사 과정에서 ‘미인가 학교’를 제한하지 않았을까. 김 팀장은 “접수된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저희 직원 한 두 명이 일일이 거를 수 없다”고 했다. “인가 받은 대안학교 중에서도 ‘고등학교’라는 이름 말고 ‘OO학교’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다산학교라는 학교명만으로 미인가 학교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취소를 결정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획정책실을 총괄하고 있는 박복규 실장은 “그게 왜 궁금하냐”며 “공제회에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제회 누가 결정한 거냐고 재차 묻자, “개인이 한 게 아니라, 기관에서 한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교육부 “공제회에서 진행한 것”



‘제2회 세월호 추모 및 학교안전 확산 공모전’은 교육부가 주관한 행사다. 그런데 교육부 장세영 홍보담당관은 “공제회에서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연락이 와서 올렸을 뿐”이라며 “공모전 주관은 저희(교육부)가 한 게 맞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공제회에서 전부 기획해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장관 대변인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학교안전 담당부서인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도 몰랐다고 답했다.



 



정서한군이 ‘받을 뻔’했던 상은 교육부 장관상 대상이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 대변인실은 13일 “공모전 자체에 대해 몰랐다”고 답했다.



 



대안학교 학생 전국에 1만명



대안학교에는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미인가’ 학교가 있다. 인가 요건은 ‘자가 소유 학교 건물, 옥외 운동장 보유, 교사자격증 3분의 2이상 보유’ 등이다.



 



2014년 5월 기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는 전국에 24개교, 미인가 학교는 총 237개다. 이중 교육부가 조사한 170개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수는 약 7000명 가량. 나머지 67개 학교까지 합하면 약 1만명 정도가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추산이 가능해진다.



 



정군은 “나같은 미인가 학교 학생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1만명의 대안학교 학생들은 이제 학생이 아닌가?



 



 



 글 사진 factoll 제공



※ 인터넷신문 factoll에서 기사 게재를 허락하여 싣게 되었습니다. factoll 신문사와 배승희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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