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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 좋은 세상 - 슬로우푸드 세계대회

입력 : 2014-11-20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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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 좋은 세상 만들 수 있습니다



슬로푸드 세계대회를 다녀와서



김 원 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



지난 10월23일부터 27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시(市)에서 열린 <2014 슬로푸드 세계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짝수년마다 열려서 6번째 대회가 됩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생산하는 대지를 건강하게 지키는 유기농, 가족농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세계 150개 나라에 1,500개 지부가 있는 국제시민운동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130개 나라에서 참가하였는데 한국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100여명이 대표단으로 다녀왔습니다.



 



슬로푸드는 ‘좋은 음식’



슬로푸드를 ‘천천히’ 먹는 식습관이나 ‘오랜 시간’ 숙성된 발효음식이라고 아는 시민들도 많지만, 1989년 슬로푸드국제협회가 생긴 이래 25년이 지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좋은 음식’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삿된 음식을 만드는 일이 활개를 치고 싼 식재료가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를 휩쓸며 농업을 망치고 입맛을 획일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나라마다 이어져온 ‘좋은 음식’을 되살려서 미각을 살리고 토종생물과 향토음식을 살리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운동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입니다. 슬로푸드는 ‘좋은’ 음식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며 ‘좋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잘 아는 시민(=음식시민)을 만드는 ‘맛교육’과 음식시민의 연대, 먹을거리 생태계를 보호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맛교육을 중시, 맛배움터 프로그램이 107개



특별히 슬로푸드에서는 맛교육(Taste Education)을 중시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 맛배움터(Taste Workshop)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 107개가 넘게 열렸습니다. 한국관에서도 울릉도 산채, 사찰음식, 제주푸른콩장 등을 맛보고 배우는 ‘맛배움터’를 열었는데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테라 마드레?와 함께 열리는 다른 행사는 이탈리아 말로 Salone del Gusto(살로네 델 구스토)라고 부르는 맛의 향연이라는 뜻의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일반 식품박람회 형식을 띄고 있지만, 맛의 향연에 나오는 먹을거리는 품질을 중시하는 전통식품으로서 대량 생산되지 않는 먹을거리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에서 모두 1,260개가 넘는 업체들이 참가하여 그야말로 ‘맛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전시장에는 5일간 20만명 이상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숫자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이탈리아 시민들의 음식에 대한 기초 지식과 관심입니다. 한국에서는 동원된 단체 관람객이 없으면 박람회가 어렵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스스로 찾아와서 음식을 맛보고, 알아보고 질문하면서 생산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하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은 사찰음식을 주제로 깨달음을



한국은 사찰음식을 주제로 홍보관을 꾸몄습니다. 35유로(약 5만원)를 받고 사찰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사찰음식 전문가이신 선재, 대안, 우관, 정관 스님 등이 매일 발우공양 체험과 김치 만들기, 사찰음식 만들기를 시연하고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 중에 잊을 수 없는 일은 세바스찬이라는 청년이 선재스님을 찾아와서 자신이 1년 전에 만들었다는 된장을 꺼내놓고 맛을 봐달라고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전날 덴마크 노마라는 세계적인 식당에서 일하는 ‘벤’이 만든 장을 가져와 맛보았다며 서양 청년들이 대견하다고 하셨습니다. 서양의 청년들이 한국 전통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과 배움이 대단합니다.





음식은 나눔이고 배려이며 환경



세계는 이미 음식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합성물로 보지 않습니다. 음식은 나눔이고 배려이며 환경입니다. ‘밥을 하늘과 같이’ 존중하는 것이 국민을 존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밥은 생명으로서 동식물 여러 생명을 순환하다가 나에게 와서 나의 생명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전세계 슬로푸드 운동가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동양에 오래된 영적 깨달음이 있는 식문화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이번 국제대회에 참여하면서, 단지 맛만 찾지 않고 음식에 대한 기초지식과 관심을 갖게하는 것이 우리 한국 슬로푸드협회의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우리 음식의 경이로운 문화와 철학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슬로푸드 한국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유기농 농부들과 로컬푸드, 슬로푸드와 소비자가 모여 누구나 좋고 깨끗하고 음식을 공정하게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연대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좋은 음식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음식을 잘 아는 시민(=음식시민)이 되어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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