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③ 짜장면과 동학혁명
수정 : 0000-00-00 00:00:00
짜장면과 동학혁명
중국의 여러 지방, 특히 북방에는 각지의 특색 있는 짜장면[炸醬麵]이 있다. 조리 방식은 한국의 짜장면과 유사한데 맛은 전혀 다르지만 서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음식이란 점에서는 같다. 한국의 짜장면은 중국이 원산이지만 철저하게 한국화되어서 중국 관광객은 그것이 한국의 고유음식인 줄로 착각할 정도다.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조선은 중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했고, 반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일본도 이를 빌미로 군대를 파견하였다. 이 때문에 청?일 두 나라 군대가 남의 나라인 조선의 바다와 육지에서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청?일 전쟁, 중국에서는 갑오전쟁이라 부른다).
이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 군대는 돌아가고 청군이 데려온 민간인 노무자들은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산동성 복산현[지금의 옌타이 시 푸산(福山)] 출신이었다. 이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예나 지금이나 이주민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듯이) 음식장사였다. 한국의 짜장면은 산동성 복산현 지방 자짱면이 그 원조인 셈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복산 짜장면은 변신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과 맛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식 짜장면에는 양파, 단무지, 김치가 반찬으로 따라 나온다. 중국 북방 사람들은 간단한 반찬으로 양파를 즐겨 먹는데 이 습관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고, 한국 손님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김치가 더해졌으며,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일본식 단무지가 더해졌다. 우리가 국민음식으로 즐겨 먹는 짜장면 한 그릇에는 이처럼 동아시아 3국의 근대사가 응축되어 있다.
올해는 동학혁명이 일어난 지 두 갑자(120년)가 되는 해이다. 짜장면 한 그릇 먹을 때 잠시 우리 근대사를 생각해 보자.
박 종 일 (지혜의 숲 권독사)
#3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